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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꾸러미를 꾸리며...
글씨로 그림을 그려내려는 그간의 처절한 몸부림,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지극히 단순하고 질박해서
때로는 동양화나 서양화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래서 사람들이 감동하고 예찬하는
그런 작품,
거기에 한술 더 떠
여태까지의 모든 작품을 능가하는 걸작을
만들겠다는 오만과 자학,
오늘도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 속에
속절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선을 그어본다.
그러나 문득,
어쩌면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은 이미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비겁하고도 현실적인 깨달음.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도전하게 만들고, 모험하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들고,
가슴 벅차게 만드는 이 작업 ……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그 길을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 보는 수밖에,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불어오는 바람결에
창밖에는 대숲이 물결치듯 일렁인다.
[NAVER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