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기형도의 육체적 삶은 1960년에 시작되어 1989년에 종결되었지만, 그의 문학은 오히려 죽음 이후 부재의 허방에 발을 디디고 한국문학의 창공으로 눈부시게 날아올랐다. 이런 사례는 매우 희귀하다. 그 희한한 이채로움이 그의 문학을 신화의 영역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과도한 비상이 허술한 추락으로 전환될 즈음 기형도 문학의 올바른 자리를 찾으려는 건실한 시도가 진행되었다. 금은돌은 마치 영매가 된 듯 탈골된 기형도의 몸에 숨결을 불어넣어 피를 돌게 하고 기가 통하게 하여 1980년대 문학에 개성적 주체로 등장한 한 고독한 자아의 육성을 실감 있게 들려준다.
기형도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시간과 거리가 필요했다. 그를 대하는 방식, 그를 둘러싼 여러 논의들, 그를 향한 특별한 심리작용들, 그것들이 무리지어 한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사후 그가 부재하던 시대의 질곡까지.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것을 어떻게 떼어 놓을 것인가. 이 문턱에서 서성거리는 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