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어. 도로봉 도로봉 도로로로! 모든 존재의 반짝임에 관한 특별한 동화 『도둑 도로봉』. 어린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었고 할아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키는 껑충하게 크다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땅꼬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늘 뭔가와 뭔가의 중간에 있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보잘 것 없었던 도둑 도로봉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도로봉이 천 번을 넘게 훔치고도 한 번도 들키지 않았던 건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도로봉이 훔치는 것들은 건강보조기구로 보이는 금속 막대기, 무엇을 조작하는지 알 수 없는 리모컨, 선인장 화분, 초코 쿠키 통, 붉은부리갈매기 목각, 한 번도 걸어둔 적 없는 커튼, 빈 안경집, 사진이 한 장밖에 끼워져 있지 않은 앨범 같은 것들뿐입니다. 물건의 주인은 당연히 없어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가 들어온 적도 없었지요. 그렇다면 도보롱은 왜 그런 물건들을 훔치는 걸까요? 도로봉에게 언제나 주인조차 있었던 걸 잊어버린 물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희미한 물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주인에게 버려진 쓸모없는 물건들을 구해내는 도로봉은 주인에게 학대당하는 강아지 요조라를 구조하기 위해 처음으로 진짜 도둑이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런 도로봉이 진짜 도둑이 되지 않도록 애타게 찾아 헤매는 형사 친구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