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꾸러미를 꾸리며... 글씨로 그림을 그려내려는 그간의 처절한 몸부림,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지극히 단순하고 질박해서 때로는 동양화나 서양화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래서 사람들이 감동하고 예찬하는 그런 작품, 거기에 한술 더 떠 여태까지의 모든 작품을 능가하는 걸작을 만들겠다는 오만과 자학, 오늘도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 속에 속절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선을 그어본다. 그러나 문득, 어쩌면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은 이미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비겁하고도 현실적인 깨달음.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도전하게 만들고, 모험하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들고, 가슴 벅차게 만드는 이 작업 ……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그 길을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 보는 수밖에,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불어오는 바람결에 창밖에는 대숲이 물결치듯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