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보는 희한한 동물이 장도에 실려 왔다! 전라도의 작은 섬마을 장도에 커다란 배 한 척이 들어와요. 나졸들이 낑낑 밧줄을 잡아당기며, 희한한 동물 한 마리를 배에서 끌어 내리지요. 집채만 한 몸집에 대들보보다 굵은 다리, 펄럭펄럭 넓은 귀와 기다란 코까지…. “저게 동물이야, 괴물이야?” 장도 사람들은 곡길이의 생김새에 한 번, 이곳에 오게 된 이유에 두 번 놀라요. 행여 집이나 밭을 짓밟진 않을까, 마을의 식량을 거덜 내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지요. 열두 살 소년 장돌이는 그런 곡길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요. 어쩐지 곡길이가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주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곡길이의 재주는 따로 있었어요. 두툼한 다리로 거센 파도를 뚫고 바다를 건너는 것은 물론, 길쭉한 코로 무거운 돌을 휘리릭 감아올리기까지. 곡길이의 놀라운 재주에 모두의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아요. 과연, 곡길이의 활약은 어디까지일까요? 조선왕조실록 태종 13년, “청컨대, 코끼리를 전라도의 해도에 두소서.”라는 한 줄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된 곡길의 이야기를 만나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