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진은 별개의 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시 따로 사진 따로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이슬 한 방울이 무연하게 꽃봉오리에 떨어졌습니다. 이슬이 앉은 꽃봉오리와 꽃봉오리를 만난 이슬은 그 이전의 이슬과 꽃봉오리일까요? 이슬 한 방울로 하여 꽃이 피어납니다. 꽃을 만나 이슬은 향기로운 보석이 됩니다. 거기에 햇살이 다가와 비로소 활짝 한 우주가 완성되는군요. 사진과 시, 이 우연한 조합에서 꽃과 이슬의 화학반응을 기대해봅니다. 기적을 완성하기에는 햇살과 같은 맑은 눈빛이 필요하겠지요. 그 눈빛 맑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군요. 덕분에 제 누추한 삶을 시로 추스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쩌다 열 번째 시집이 되었습니다. 어리석은 이 일에 더 야무지게 어리석어볼 요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