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신인 작가 알 코리아나의 SF소설.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는 백수 A씨, 대부분의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직장인 L씨, 그리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만 관계를 맺는 K씨. 크고 작은 모니터에 갇혀, 그곳이 '자유'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 이 소설에서는 이들을 '노라이프'라고 칭한다. '노라이프'는 열정을 느끼는 분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느라 말 그대로 인생이 없는 21세기 이후의 인류라 할 수 있다. 컴퓨터게임과, 휴대폰, 인터액티브TV에 빠져사는 이들을 이른바 DC체로 일컫자면 폐인, 덕후라 할 수 있다. <노라이프>는 이들 '노라이프'들이 전세계적으로 좀비처럼 창궐한 미래사회와 그 가능성을 내재한 현대사회를 교묘하게 뒤섞어놓은 우화이자 근미래 SF이기도 하다. '나'는 서른다섯. 지극히 소심한 존재다. 사장 비서인 아찔한 '금발머리'에게 말도 제대로 걸지 못할 정도로 소심하고, 승진에 대한 욕심도 없다. 문구멍으로 수상쩍은 이웃 사내를 훔쳐보기나 하는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키보드를 두드리고 휴대폰과 인터액티브TV 화면을 보는 데 소비한다. 물론 친구는 있다. 같은 회사에 다니며 해커로도 활동하고 있는 '토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마'가 자살한다. 그제야 '나'는 마음을 먹는다. 삶을 바꾸기로, 매일 똑같은 모습의 삶에서 벗어나기로. 일단 '토마'에게 휴가를 허락지 않아 그를 자살로 몰아간 사장을 혼쭐내기로 마음먹고, 이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해낸다. 소비사회의 부속품이길 강요하는 사회에서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