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이후 4년 만에 펴낸 문경 세 번째 시집.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리운 것들을 총4부로 나누어 73편의 시에 담아내고 있다. 시들의 제목이 따로 없으며, 제목이 시의 전체이거나 시의 첫 행을 편의상 시집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제1부
내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세상은 크고 작은 방
꽃에게 가까이 간다는 것은
풀벌레 소리는 희다
무겁지 않느냐고 돌담이
길에게 묻다
새들은
산수유 꽃은
불씨가 번지기 위해선
어찌하면 좋은가!
색은 흰 바탕 위에서 보인다
오른손으로
아득하다는 것은 헤어지자는 것
꽃에게도 집이 있다
아득해라
볏단을
그림자여
마당을 쓸다
마침내 길의 끝이다
하지처럼
오후 3시가 2시를
눈이 내린다
숲에서
제2부
길을 가로질러 핀 장미
별똥별이
깊은 하늘
부동산학을 보면
바다
소는 밭을 갈고
그대, 고유자여
성거 저수지
나비가 되어가는 사람
나무들은 넘어오지 않는 창
왜 내가
詩에 죽어 살던 날들
무허가 건물을 헐라는
하늘을 올려다보노라면
제3부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길을 탓하지 마라
잠시 내 앞에 머문
혼자일 때
이이들이
삶이란뻐꾸기 울고
해가 지자
문 앞에 하루가
해는
박 속을 한 스푼
빈 집
산이 물들면
해가 산 넘어간 후
피워 문 담배 하나가
건조한 생활이여
그러나
지금까지
흰 자지를
귀찮은 듯
미안하다
칼이여
뚝, 떨어져 내리는
제4부
선술집에서
해 지는 한강변
별똥별
가로수는
육지에서 113km
너는 어디서 왔느냐?
빗방울들이
가슴을 널어 말린
두루미들이
쇠잔등에 백로가
끊어질 듯 휘어진
큰 바위 곁 작은 바위
취해, 내가 죽어있던
봄 하늘
- 시인이 쓰는 詩 이야기